일본의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대상)' 제외에 대한 맞대응책으로 정부 차원의 여행제한 등이 거론되는 와중에 일본이 먼저 '한국여행 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방한 일본인 관광 수요 증가로 훈풍을 타던 카지노업계를 비롯, 국내 인바운드 관광시장도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4일) 한국을 여행하는 일본여행객에게 주의보를 내렸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한국 : 일본 관련 시위·집회에 대한 주의 환기'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일본)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각의를 결정한 것과 관련, 서울과 부산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며 "(한일 갈등 관련) 최신 정보에 주의하고 시위 장소에 접근하지 않는 등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알렸다.
사실상 한국을 여행 위험 지역으로 보는 시각이다. 일본은 지난달에도 한국여행 주의를 강조하는 등 최근 수 차례에 걸쳐 자국민의 한국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한국여행을 말리자 일본 내에서도 한국 여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 언론에서 연일 반일 시위 등이 보도되면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도 다소 떨어지는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본 인바운드 감소 조짐에 국내 관광시장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서 번지는 일본여행 보이콧 운동으로 일본 관광시장이 받을 정도의 타격은 아니지만, 일본 역시 국내 외국인 관광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일본 관광객은 최근 국내 인바운드 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급감한 유커로 인한 피해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294만8000명을 기록, 전년 대비 27.6%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한 165만 명이 한국을 찾으며 전체 방한 시장에서 1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관광시장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외국인카지노 업계에 불안감이 감돈다. 일본 VIP가 매출을 견인하며 모처럼 실적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였지만 이번 사태가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실제 개장 2년 만에 매출 1600억원으로 상반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경우 일본 VIP 고객 비중이 높다. 올해 2분기 모객 VIP 5만3280명 중 일본 VIP가 2만2323명으로 중국 VIP(1만1335명)보다 2배 가까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 인바운드 시장 감소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한국 관광객에 비해 일본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방한 일본 관광은 K-팝과 K-뷰티 등 이른바 '신한류'에 열광하는 2030대 여성 개별여행객이 이끄는데 이들은 국내 정치 영향에서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인바운드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어 일본 인바운드 감소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등 관광당국은 케이팝과 케이뷰티 등 '신한류' 콘텐츠를 통해 미주와 유럽 등 기타지역 관광객 유치를 늘리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난 5년 간 미주와 유럽 지역 인바운드 연평균 성장률이 5%가 넘는다"며 "인바운드 다변화를 통해 일본 의존도를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aB Korea.net (13,470 Point) · 2019-08-05 17:32 · Views 13630
